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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22일 목요일

The Boudoir Bible: The Unhibited Sex Guide for Today

수위가 있는 내용을 적을수록 글을 냉정해야 한다는 게 지론입니다.   
이 밤에 적으려고 하는 글도 국내에서 공공연하게 언급하기 어려운 내용이므로 평소보다 감정을 자제하고, 문체도 건조하게 가져가려고 합니다.

저의 내면에 갖고 있는 성적 판타지를 굳이 장르로 말하자면 '소프트 펨섭' + '로맨틱 본디지' + '레이프 롤플레이' 정도가 대표적입니다. 예전에 간접적으로 포스팅을 통해 밝혀왔지만, 전체공개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웠구요. 어쩔수 없이 내비쳐지는 욕망의 '흘러넘침'은 저도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정도 눈치가 있으신 분들이라면 대놓고 얘기는 안하지만 제 성향에 대해 파악은 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 블로그에서도 스스로 검열해가면서 어렵사리 꺼내는 얘기들..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는 사회악적인 요소가 아니라 개인의 성적 취향에 대한 담론조차 우리 사회에서는 쉽사리 꺼내놓기가 어렵습니다. 참 재밌는 것이 남성이 이런 화제를 올리면 두가지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변태다. 즉 지저분하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전문가다. 이쪽 방면에 경험이 많구나. 정도로 양분되는 거 같아요. 그러다보니 웬만한 개인 블로거들은 단순 변태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구요. 웬만큼 이론적으로 접근하고 백데이터가 있지 않은 한 그냥 단순한 변태취향으로 몰릴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의 경우에도 두 가지 시각이 있는 듯 합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성에 대한 담론을 쓰기를 꺼려하죠.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용기를 필요로 하고, 어느 정도 주변의 편견에 대해 굴하지 않을 주관과 깡이 필요합니다.  일단 판에 뛰어든 이후의 평가는 일반적으로 '쉬운 여자' '헤픈 여자'라는 평가. 변태라는 시각보다는 어떻게 한번 안될까? 하는 생각을 먼저들 하는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욕을 하지요. 소위 '여자가 어디서..' 주로 보수적인 종교적 신념을 가진 분들이 지옥불을 운운하면서 훈계도 하고 욕설도 던지곤 합니다. 또 하나의 시선은 '저 여자는 골수 페미니스트'라는 시각. 성에 대한 금기를 다루는 텍스트가 liberal할 수 밖에 없는 관계로 자연스레 페미니스트 계열로 인식되곤 합니다. 그러다보니 뜻하지 않은 지나가던 '진짜' 페미니스트의 격한 공감을 받을 때도 있고, 여성혐오자들의 짜증도 들을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엔 이 모든 케이스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블로그에서 민감한 주제와 수위 높은 글과 이미지를 다룬다고 해서 그 글을 쓴사람의 실생활이 쉽고 헤픈 것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소설에서 살인을 묘사한 소설가가 현실에서도 살인을 하나요? 슬래셔 무비 시나리오 쓰는 작가는 연쇄 살인광인가요? '글로 쓴 똥은 냄새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죠. 텍스트는 텍스트일뿐 저의 실존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은 있지만, 저는 페미니스트가 아닙니다. 어쩌면 사회생활에서 여성으로서의 어드밴티지는 철저히 활용하고 무기로 삼는 약삭빠른.... 골수 페미니스트가 보기에는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말에 어울릴지도 모르는 스타일입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제 기본적인 시각은 아무리 페미니스트가 단체를 만들어 소리를 내도 결국 기존 사회 시스템의 상위구조에 얼마나 침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여성의 시각이 남성보다 더 마초적일수 있겠습니다만... 다수의 성공한 여성이 나와서 헤게모니를 잡아가는 것이 진정한 여성해방의 지름길이 아닐까... 라고 스스로 합리화시키고 있답니다.


서론이 너무 길어지고 있네요. 쓰다보니깐 뭐 그리 수위있는 내용도 아닌데 딱딱하게 쓰고 있었군요.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타이틀에 충실한 내용으로 들어갈께요.  포스팅 제목의 "The Boudoir Bible: The Unhibited Sex Guide for Today"는 Betony Vernon이라는 미국의 성교육 전문가이자 보석 디자이너의 금년 1년에 출판한 책 제목입니다. 이 책을 발견하게 된 것은 이웃이 보내준 이미지 한 장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저도 좀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싶은 이미지 중의 하나였는데.. 마침 그 분이 아주 적절한 일러스트 한장을 보내주셨습니다. 텀블러에서 우연히 발견했다고 추정되는데요..  전에 올린 포스팅 중에 여성은 스스로의 vagina가 어떻게 생긴지 모르고 인생을 끝내는 사람도 많은데 저는 대학1학년 교양수업에서 자기 vagina 그려오라는 과제가 있어서 고생했었지만.. 결국 그것이 스스로에 대한 관심과 자존감을 고양하는데 도움이 됐었다는 에피소드를 쓴적이 있습니다. 아마 그것때문에 선물(?)받은 이미지인 것 같은데요. 다음 이미지입니다.


인터넷에서 비슷한 컨셉의 이미지를 찾아봤는데 다 너무 노골적인 이미지 밖에 없어서 필이 꽂히는 것이 없었는데, 이 일러스트 보는 순간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예전에 포스팅했던 것 중에 그나마 어울리는 것은 아래 이미지였습니다. 스페인의 사진작가 마리아노 바가스의 작품입니다. 하지만 아래 사진도 그야말로 이미지일뿐 페이크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실전적(?)인 관찰을 위해서는 위의 일러스트가 현실성이 높습니다.


책 제목에서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는데요. "(여성) 침실 경전 : 오늘날의 금기없는 섹스 가이드" 정도겠습니다. 책 소개를 보면 새로운 섹스의 지평을 여는 광범위하고도 교육적인 가이드라고 되어 있습니다. 본디지나 롤플레이, sex toy와 같이 부모님들이라면 얼굴을 붉힐만한 새로운 성적 영역을 깊이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1950년대의 킨제이 보고서를 통해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성의식의 수준이 향상되었고, 동성애에 대한 인정의 기폭제가 되었다면 1972년 "섹스의 즐거움 The Joy of Sex"의 출판 후에는 과거에 생각할 수 없었던 다양한 성적영역으로 관심이 확대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언더그라운드, 서브컬쳐에 머물고 있는 성적 영역들에 대해서는 본격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는데, 이 책에서는 그간 다른 섹스 가이드들이 커버하지 못하는 니치한 부분들을 풍부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저의 관심을 끈 것은 이 책의 챕터들이 rope bondage, restraint of sound and sight, erotic flagellation(에로틱한 채찍질.. 소프트한 SM 플레이겠죠?), the stimulation of new erogenous zones(새로운 성감대) 등등.. 그런데 이 내용들이 단순히 흥미나 자극적 소재만을 위한 것이 아닌 섹스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충분한 연구결과를 집대성한 저서라고 합니다.  물론 이중에는 아직(?) 저의 취향과 맞지않는 anal play 등도 포함되어 있지만.. 내용 자체는 충분한 지적자극과 흥미를 자극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의 표지 디자인부터 의미심장한데요.. 



참 섹시한 디자인이죠..?  저자인 Betony Vernon은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파리와 밀라노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고, 성전문가 뿐만 아니라 보석 디자이너, 패션 에디터, 방송에도 자주 출연하는 다재다능한 여성입니다. 자신의 조금은 독특한 성적 취향에 대해 연구하고 경험한 바를 책을 통해, 또 방송을 통해 이야기할수 있고 토론할 수 있는 환경이 참 부러워요. 어제 어느 이웃분께는 제가 한국 땅에 잘못 배달되온 영혼같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중동으로 배달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라는 답이.. ㅠ  정말 사우디같은데 태어났다거나.. 중세 시대에 태어났다면 저는 어땠을까요.. 현재 상황에 감사해야 할 것 같습니다. 

Betony Vernon, 이 책의 저자

Lou Stoppard, 인터뷰어

Show Studio라는 곳에서 Betony Vernon을 인터뷰한 내용이 있어서 대충 들어봤습니다.  참고 좌표는 http://showstudio.com/project/the_boudoir_bible/interview 입니다. 그녀가 책을 집필한 목적은 터부/금기를 해체시키고 그간의 신화의 억압을 깨고 오해를 뿌리뽑아 연인들 간의 새로운 쾌락을 인식시키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당당하고 탄탄한 지적배경 (예술사 전공)에서 나오는 말들은 참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 책에는 François Berthaud라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가 일러스트 작업을 했는데요. 처음 제시했던 바로 그 그림과 함께 아래와 같은 컷들이 공개되어 있습니다. 














일러스트 중간에 나오는 어떤 컷은 제가 봐도 잘 이해가 안가는 것도 있지만... 충분히 그동안 양지에서 인정받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과감한 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존에서 주문할까 생각중입니다. 쌓여있는 책들도 요새 조금씩 읽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ㅎㅎ 
 
국내에 이런 책이 번역되어 나올 가능성이 있을까요..? 아직은 요원하겠죠? 이미지 보내주신 이웃분께 감사드리며....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고 금기없는 논의가 피어나는 그 날이 어서 오기를 소망하며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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