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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3일 월요일

"지구 끝의 온실"을 읽으며..

 

이번 포스팅은 SF소설을 한 권 읽은 후에 적는 글이지만 책에 대한 리뷰는 아닙니다.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상념의 기록이라 할께요. 글이 좀 두서없을 듯 합니다.. ㅎ

그래도 읽은 책이 어떤 책인지는 간략히 적어야 제 상념의 가지치기도 이해가 되시겠죠?

작가는 김초엽이라는 20대 후반 여성이고요. 포스텍에서 생화학 석사까지 마친 과학도입니다(사진속 인물). 공모전에 낸 작품이 수상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흔치 않은 케이스죠. 단편모음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인상깊게 읽었는데요. 이번에 "지구 끝의 온실"은 장편소설입니다.

21세기 중에 인간을 비롯한 유기체에 치명적인 "더스트"가 지구상에 퍼지며 인류의 90%가 절멸하기에 이릅니다. 남은 인류는 돔시티에 들어가 이기적으로 삶을 이어가거나, 더스트에 내성이 있는 내성종은 폐허가 된 도시를 떠돌거나 소규모 공동체를 만들어 생활합니다. 소설 전반에 걸쳐 인간의 어쩔수 없는 이기적인 모습,  연대와 협력, 그리고 배신과 공동체의 무너짐 등이 그려집니다.

작품이 궁금하신 분들은 인터넷 검색하시면 바로 확인 가능하니 생략하고요. 제가 생각했던 것들을 좀 나눠볼께요.

전형적인 디스토피아 배경의 SF처럼 더스트 시대를 그리고 있는 부분은 내가 저 세계관에서 살고 있지 않음을 감사하게 됩니다. 매드맥스 시리즈처럼 폭력과 혼란 가운데 나름의 깨지기 쉬운 질서를 유지하며 살아가고들 있는데요. 이동 중에는 폐허에 남겨진 영양캡슐이나 통조림을 득템하며 연명해야 해야 합니다. 미래나 노후에 대한 상상조차 불가능한, 오늘을 연명하는데 급급한 삶이죠.

특이한 점은 작가가 약간 페미니즘 계열이어서 그런지 주요 등장인물 대부분이 여성입니다. 그동안 SF, 어드벤쳐 하면 남성 캐릭터들이 대부분이었죠. 중요한 인물 이름이 이희수, 지수 와 같이 중성적 이름이다보니 혼동도 생기는데요. 지금도 지수가 남성인지 여성인지 갸우뚱해지는 상황이네요.

소설은 에로틱한 느낌이 전혀 없는 전개이지만, 저는 읽으며 자꾸만 딴 생각을 했어요. 책에서 나온 것 같은 무법 세상,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삶에서 섹스는 어떤 느낌이고 의미일까 하는 것이 첫번째였습니다. 인류가 90% 절멸했다면 인류 전체로 보면 다시 인구수를 늘려야 할 것이니 쾌락을 위한 섹스가 아니라 번식을 위한 섹스를 해야 하겠죠. 하지만 제 몸 하나 지키기 어려운 환경에서 임신과 출산이라는 10개월의 기간을 생각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모험이고요. 

소규모 공동체 생활에서 성비가 맞지 않고, 일부일처제가 확립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일처다부제 반대의 경우라면 일부다처제? 그것도 아니면 가족의 개념이 없는 공동육아제? 엄마는 있지만 아빠는 공동체의 모두가 책임지는 사회? 그 가운데서도 임신을 원하지 않는 젊은 여성은 공동체 남성 모두의 성적만족을 위해 봉사하는 역할을 하게 될까?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었더랬습니다.

예전 그리스, 로마 시대의 신전 여사제들은 바닥에서 올라오는 어떤 기체를 마시고 무아지경에서 신탁을 내렸다고 하고요. 여사제들은 예언과 함께 매춘을 했다는 기록도 있죠. 디스토피아 세계에서도 聖과 性은 그 끝이 닿아있을 것 같단 생각도 하고요. 소규모 공동체에서 더 그 중요성이 크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물론 여적여라고.. 그런 역할을 맡은 여성은 같은 여성들에겐 왕따가 될 확률이 99%겠지만요.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섹스를 생각하다보니 그런 상황에서도 펨섭의 욕망이 불타오를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다시 말해 펨섭이란 것은 문명과 질서, 안정된 사회 안에서 내 현실적 기반이 탄탄할 때 비로소 부가적으로 발생하는, 보다 상위차원의 욕구가 아닌가 싶어요. 

기본적인 안전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발적 의지로 구속당하고 한없는 약자의 위치를 자처하며 무방비 상태로 몸을 내주는 것은 어려울 것 같네요. 어디까지나 펨섭의 역할이 끝난 후에 다시 복귀할 수 있는 원래 자리가 있을 때 degradation을 체험하는 것이 쾌락으로 다가올 거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전쟁 중의 위안부나 강제로 성노예가 되어 수렁에 빠진 경우는 결코 저같이 섹스를 즐기는 펨섭이라 해도 결코 즐거울 수 없는 악몽이 되겠죠. 


제가 "지구 끝의 온실"과 같은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창작한다면 性을 둘러싼 보다 원초적인 행태와 심리에 대해 풀어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듯 해요. 인간의 기본 욕구와 보다 상위욕구가 확연히 드러날 것이고, 인간이 만들어낸 聖과 俗의 근원도 탐구해 나갈 수 있을 것 같고요. 

리뷰 아닌 백일몽은 요기까지~

댓글 4개:

  1. ㅋㅋㅋ
    뭐든 기승전섹...혜여니다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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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작가 김초엽 매력있네요~~
    단편모음집 바로구매완료~~~
    PPL 아니죠~~???

    지루한 퇴근길 즈음에 포스팅도 좋네요~~
    읽을거리도 있고,곧 배캠도 시작하고~~
    철든 보지와 함께하는 퇴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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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태양과의거리가딱지금정도라서
    우리가타죽거나얼어죽지않았듯
    혜연이를흔히볼수있는유토피아
    지구끝의온실에서의디스토피아
    흥미를잃거나색맹으로죽게될껄
    딱지금만큼이어야해욕망의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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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자유로운 영혼의 혜연 펩섭이
    sf판타지 소설을 쓴다연 훨씬
    에로틱하고 음란하게 재미있는
    스토리가 전개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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