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동시대 화가 중의 한 명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물론 저의
짧은 시야에서 그런 것이고.. 아시는 분들은 암암리에(?) 아실지도 모르겠어요. 프랑스
화가인지라 불어판 서적들은 발견할 수 있는데 영어로 소개된 자료조차 희귀한
작가입니다.저도 작품들을
접하면서 느꼈던 감상 위주로 작품들을 소개해 볼까 해요.
불어를 전혀
모르는지라.. 작가 이름조차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었는데.. 장 마리 쁘메욜(홀)로 발음한다는 건 알게 됐네요.. ㅡ.,ㅡa 1945년
프랑스에서 태어났고.. 보르도 예술학교에서 미술을 배웠답니다.
초기에는
Erotica 계열의 초현실적인 작품을 많이 그렸는데 그것으로
유명세를 탔어요. 워낙 독특하고
정교한 작풍을 자랑했기 때문에.. 콜렉터들의 관심도 많았구요..
초기
작품들은 매우 에로틱하고 강박적인데.. 이는 뒤쪽에 다루고 초반에는 오히려 그의 후기 작품 중심으로 감상해 보려고
해요. 어렸을 때
주변에서 봤던 풍경들과 실내 풍경들을 작품으로 많이 남겼는데 그의 작품들의
특징은 정적이고 해당 공간에 뭔가 지박령이 되어 사로잡힌 듯한 느낌이 든다는 점이에요.
사람이
없는.. 버려진 공장 내부같은 곳이나 무슨 작업을
했는지 잘 모를 독특한 작업장의 풍경.. 워낙 정교한
화풍이다보니 그림에서 전해지는 현실감이 장난 아니자만 별로 그
자리에 있고싶지는 않은 꺼림칙함이 느껴지는 공간들이죠..
그의 후기
작품에는 보트나 배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 배들은
오랫동안 항해를 하지 않아 보이는 낡은 배들이나 창고 안에
들어있는배.. 망가진 배들이 대부분입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주어진 공간을 벗어나지 못하는 심정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앞서
지박령과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던 거에요..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볼트, 스크류 등의 기계류 도안 관련한 일러스트 강사 생활을 했는데 강사시험에
떨어지는 바람에 아예 전업 작가로 나서게 되었다고 해요.
그가 시험에
패쓰하지 못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누드 부문에서 F를 받았다고 하네요. 그런 작가가
Erotica 부문에서 프랑스에서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 중의 한 명이 되었다니... 전화위복..
새옹지마라는 게 이런 때 쓰이는 말인가 봐요.
작품에 새가
등장해도 그 새들은 날지 않고 날개를 접고 앉아 있거나 마당에서
모이를 줏어먹는 닭들 정도네요. 심지어
날아가는 새를 그린 작품의 배경은 실내...
떠나고 싶지
않은 것인지.. 묶여있는 것인지 알수 없을 정도의 공간에 대한 강박관념이 보이는 것 같아요.
벽에는 초기
자신이 그렸던 에로티카 계열의 일러스트들이 붙어있네요.. 이 작품은
그가 에로티카 일러스트로 명성을 얻고 부를 쌓게 된 후에 차차 에로틱한
작품에서 벗어나 실내 풍경으로 관심이 옮겨갈때의 작품입니다. 과거의
그림에서 떠나고 싶다는 의미의 배를 상징하는 것일까요..?
마찬가지로..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창고 속에 처박혀 있는
배...
물위에 떠
있어도 매우 정적인 느낌이죠..?
물가에 벗어져
있는 여성의 핸드백과 하얀 힐이 그리 유쾌한 느낌을 주지는 않네요~
위의 작품이
그의 실내 풍경에 대한 어느 정도 답을 주는 것 같아요.
이 고택의
창문을 보면 안에서 벽돌로 막혀있어요. 안에서 밖으로
나올수 없는 구조. 출입문이
있어야 할 현관에는 얼어붙은 분수가 자리하고 있어 들어갈수도
나올수도 없이 폐쇄된 공간을 말해주고 있죠.
영화제목이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미스테리한
일이 일어나고 투숙객이 매번 죽어나가는 어느 호텔 객실에 그런 현상을
전혀 믿지 않는 작가가 투숙하면서 경험하는 사건들을 그린 영화가 있죠.. 존 쿠삭이
주인공이었던 영화인데.. 그 영화에도 이처럼 탈출하려는데 창문이 벽돌로
막힌 상황으로 변한 장면이 나왔던 기억이 있네요.
유난히 이런
장면은 보는 저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듯한 효과가 있어요.
정체불명의
생물을 손질한 듯한 초현실적인 장면...
뭔지 모를
불안감이 스멀스멀 밀려옵니다..
일련의 실내
풍경들은... 도대체 이 실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것도 꽤
시간이 흐른 듯한 상황에서 어떤 비밀스런 과거가 있었는지 알수없는 것들 뿐입니다.
알수없이
불안함을 감지한다는 것은 내 안에
무엇인가 이 그림에 감추어진 '그것'와 호응하는 것이 있다는 뜻일까요..?
뭔가 불안했던
다른 것들과 달리 그래도 개인적으로 느낌이 좋았던 작품입니다.
참으로
드물게.. 인물이 나오는 작품.. 그것도 호기심 많은 소녀가 문을 빼꼼히 열고 안을
들여다보는 장면같네요. 작품들에
등장한 수많은 실내 공간은 방금 전에 벗어놓은 속옷들이나 신발이 널려있지만 왠지 오랜
시간이 지난 뒤의 모습같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어요.
마지막
작품에서 보면 층계 첫단에 갓 배달된 것으로 보이는 우유와 신문이 놓여 있습니다. 분명.. 이
집에는 사람이 살고 있다는 증거가 되겠죠? 저 소녀에 제
자신을 이입한다면... 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치.. 영원히 빠져나올수 없는 시공간에 갇혀버린 제 자신을 발견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입니다.
그만큼
Jean-Marie Poumeyrol의 작품은 폐쇄적이고 닫혀있는 구조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가 요즘도
작품 활동을 한다면.. 초기의 여성의
신체로부터 실내로.. 열린 창문과 주변 풍경으로.. 창고에 쳐박혀
있는 배에서 물위에 뜬 보트로.. 방안을 날고
있는 갈매기에서 벗어나 넓은 세상을
마음껏 돌아다니는 작품을 그리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적어도 그의
닫혔던 마음은 서서히 수십년에 걸쳐서 조금씩 열려가고 있다는 희망의 메세지를 본 것
같거든요.
ㅇ
ㅇ
이어지는 작품들은 그의 초기작들인데요..저 위의 저택 내부에서의 초현실적인 작가의 판타지가 펼쳐지는 장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로테스크하고
에로틱한 작품들이라는 주의를 미리 드리고요.. 1부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쁘메홀의 초기 작품들은 에로틱 회화들이고.. 오늘날까지도
프랑스 에로티카의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합니다..
초기 작품에는 인물이나 동물들이 많이
등장해요. 후기 작품의 텅빈 공간들은 아마도 이런
존재들이 환상속에서 존재했던 흔적들이 아닐까 해요.
원래 작품 제목도 Horse 인데.. 말은
말인데 조금 느낌이 다른..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말이고요..소녀들이 뭔가 비밀스런 얘기를 속닥이고
있군요. 그림 속에 또다른 존재들이 희미하게 중첩되어
있는 것도 보여요.
- La
Sabbat -
그의 작품
중에서 꽤 유명한.. 대표작에 속하는 거네요. 그의 생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는 몇 안되는 영문 페이지에도 나와 있는 작품이고요.. Sabbat.. 중세 마녀사냥에 대해 한동안 공부했을 때 나온 용어인데.. 영어로 하면
Sabbath.. 즉 안식일도 되지만.. Sabbat은
마녀집회를 뜻합니다.
억울한
마녀사냥을 당했던 당시 여성들은 밤중에 숲속에서 악마를 숭배하며 집회를 열고
악마와 난교를 벌였다는 죄목을 뒤집어쓰고 각종 고문을 당하고 화형에
처해졌었지요.
이 작품은
현실과 판타지가 공존하는 으스스한 작품이네요. 약에 취해
뿔난 숫양으로 상징되는 악마와의 성적 접촉을 테마로 하고 있군요. 전체적인
구도나 묘사가 프로페셔널하지만 역시 좀 위험한 작품이죠?
열차 객실 내를 형상화한 작품
같아요.작가는 어떤 경험이 있었으면 이런 작품들을
그려낼 수 있을까..판타지를 그려내는 작가들 - 초현실주의나
환시주의 - 을 보면 상상력의 끝이 어디인지 항상 궁금해지곤 합니다.이 작품은 살바도르 달리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생각되구요..모티브가 유사한 작품이 있죠..
작가의 초기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신체의
구속과 변형 등의 특징이 있고
그로 인해 직접적인 에로틱함보다는
그로테스크함을 느끼게 합니다.
구도나 소녀들의 포즈가 발튀스의 작품을 연상하게 합니다.
이 정도의 작품은 굉장히 예외적으로 밝고 정상적(?)인 작품에 속하네요.
불어를 알면 종이에 쓰여져 있는 문구에서
그림에 대한 힌트라고 얻을 법한데..
단서가 될만한 게 없네요~
희귀작가의 그로테스크한 작품들을 여기까지
보시느라 힘드셨던 분도 계셨을 것 같은데요. 작가의 초기작들은 이처럼 왜곡된 여성상과 작가 자신의 분신으로 등장했을지도 모르는
거대한 성기모양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차차 그의 마음 속의 폭풍도 가라앉았는지
작품들에 등장했던 여성의 육체는 차차 사라져가고 등장해도 과거의 그림으로 벽에
붙어있거나 하이힐이나 속옷 등으로 표현되곤
하죠. 오래된 빈 방 같은 이미지들 안에서 느껴졌던
불안감은 어쩌면 이런 그로테스크한 환영들이 존재했던
공간이었다는 이유일까요..?
작가는 이렇듯.. 초기작으로부터 시작해서 빈
공간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 그리고 주변의 정적인 풍경.. 점차 스스로
갇혀 있던 곳으로부터 열린 곳으로 나가려는 의지를 보여줬어요. 최근작이 나온다면 푸른 하늘을 훨훨 나는
자신의 페르소나가 그려져 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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