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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25일 일요일

세기말 악마주의 작가 펠리시앙 롭스(Felicien Rops)의 작품 세계

오늘 소개드릴 작가 펠리시앙 롭스(Felicien Rops)는 1833년에 태어나 1898년 사망.  세기말 사상이 고조를 이뤘던 19세기말에 활동한 작가입니다.

따라서.. 이 포스팅은 다소 얌전하지 않을 수 있으니 지나치게 자극적인 것, 추한 것, 그로테스크한 요소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제목에 적은 "악마주의(Diabolism)"이 무엇인가 먼저 살펴볼께요.

악마주의(Diabolism)는 19세기말 유럽에서 유행한 사상으로 유미주의(唯美主義)의 한 부문으로 가장 퇴폐적 색채가 강하고 추(醜) ·악(惡) ·병폐(病弊) 등에서 시적(詩的) 아름다움을 찾고자 하는 예술이다. 보들레르, 위스망스, 와일드 등이 그 대표자이다. 모든 통속적 도덕과 양식에 반항하고 끝까지 관능욕을 추구하기 때문에 강렬한 자극을 요구하고, 흔히 인간성을 배반하는 데에서 스릴과 쾌감을 느끼는 태도를 가진다. 뿐만 아니라 그것을 악마와 같은 강한 성격으로 긍정하려는 데서 그러한 이름이 생겼다. 본시 암흑 ·불건전 ·황폐 ·변태 등은 심각하면서도 신비적이며 일종의 전율할 만한 쾌감을 줌과 동시에 인간성의 일면을 확대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에 세기말적 예술로서의 악마주의의 존재이유가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악마주의 [diabolism, 惡魔主義] (두산백과)
백과사전의 설명만으로도 아~ 상당히 뭔가 강한 표현을 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실 거에요. 검색해보니 우리나라에 펠리시앙 롭스가 소개된 것은 뭉크&롭스 전으로 2006년에 한번 전시회가 있었고,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당시 전시회에는 그의 작품 중에 그래도 한국사회에서 소화될 수 있는 수준으로 소개된 것 같구요.

저는 롭스의 작품 속에서 세기말적 악마주의와 더불어 여성혐오(Mysogyny)의 느낌을 강렬히 받았어요. 롭스의 사생활을 보면 결혼을 해서 딸을 둘 낳고 살다가 이혼했고, 이후에 결혼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여성과 같이 살기는 한 것 같더군요. 여성혐오라고 해서 여성을 거부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오히려 여성혐오자들은 여성을 더 강렬히 욕망하는 법이죠. 자신의 욕망대로 되지 않을 때, 그 굴절된 감정이 여성혐오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구요. 보통 그의 작품은 세기말의 현실상황에 대한 비판적 시각으로 해석을 많이하는데.. 다소 온건한 해석이란 개인적 느낌이 있어요. 


작품 소개하기 전에 서설이 너무 길어버렸는데요. 작품을 보면서 더 얘기를 이어가기로 하죠.


- Pornocrates, 1896년, etching and aquatint -
창녀로 보이는 여성이 가려야 할 곳은 다 열어젖히고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로 돼지의 인도를 받으며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발밑으로는 조각, 음악, 철학, 회화 등이 실의에 빠져 있습니다. '포르노정치가'라는 제목처럼 성적으로 타락하고 탐욕에 찌든 정치현실과 남성 정치인들 뒤에서 유혹하고 때로는 군림하는 여성을 비판적으로 묘사한듯 하네요. 푸토(아기천사)들은 그런 현실따위는 안중에도 없는지 해맑은 웃음을 짓고 있는 것이 더 절망적인 듯 느껴지네요. 그런데 이 작품이 만들어진 1896년이면 롭스 사망 2년전이고, 롭스는 이미 1892년부터 시력을 잃기 시작했다고 하니 이 작품에 눈을 가린 여성은 자신의 처지를 풍자한 것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봐요.    


- Satan Sowing Seeds, 1882년 -


씨뿌리는 사탄. 사탄이 세상에 씨를 뿌리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악이 더욱 번성하고 세상이 혼란스러워지기를 바라면서 그 악의 씨앗을 뿌리는 거겠죠? 거대한 사탄이 뿌리는 씨악은 바로 여성들입니다. 여성이 바로 악의 근원이요, 세상을 어지럽히는 악의 축이라는 롭스의 생각이 담겨 있는 작품이죠. 


- Temptation of St. Anthony, 1878년 -
기원후 4세기 경의 금욕주의적 은둔수사였던 안토니우스를 악마가 여러가지 환상으로 유혹하는 장면을 그리고 있지요. 안토니우스 수사는 여러가지 유혹에서 승리했다고 전해집니다만, 화가들의 입장에서는 종교적인 코드를 입힌 에로틱한 이미지로 사용하기 좋은 소재였을 거에요. 붉은 망토를 한 악마가 그리스도를 대체하는 에로스의 화신으로서 풍만한 육체의 여성을 내세우며 성자를 유혹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십자가상의 여성과 고뇌하는 성 안토니우스이지만, 주변을 날아다니는 해골 (원래는 날개달린 푸토들이 있어야 하겠지만)과 개를 닮은 돼지 등을 배치하여 죽음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육체적인 것이 세속적이라는 것을 상기시키고 있는 듯 하네요.


이 작품에서는 롭스가 기존 기독교적 가치를 가벼이 여기는 안티 기독교적인 면을 보여줍니다. 대속과 구원의 상징 그리스도를 밀어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여성으로 상징되는 에로스네요. 영적인 경건함을 추구하는 대신에 세속적 쾌락이 절대선이라는 듯 십자가 위의 여성은 도도하게 성 안토니우스를 내려다보고 있고.. 유혹을 다 물리쳤다는 성자조차 고뇌하게 만드는 것이 19세기말이었나 봐요.   



- The Social Revolution -
사회주의고 무슨 코뮨이건 팜므파탈적인 여성이 짖밟아버렸다는 뜻일까요?  당시 역사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할수는 없는데요.. 커져가는 여성의 파워 앞에 모종의 두려움과 경계심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작품 단독으로 본다면 강한 여성의 승리라는 주제로 볼수 있겠지만 롭스의 성향이나 다른 작품들과의 연계성을 볼때 찬사로 읽을 수가 없겠죠?


- The Librarian -

여성에게 독서하도록... 독서를 통해 눈이 뜨이고 세상을 알고 지혜를 갖게 하는 것은 바로 악마의 꼬드김이라는 생각이 바탕에 있는 작품입니다. 여성은 나체로 책을 보고 있고 휘장 뒤의 악마는 여러 권의 책을 들고 여성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여성의 의식이 깨여 사회적인 발언권이 자꾸 커져가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불편한 심정이 드러나 있죠. 여성의 독서에 대한 또다른 남성의 시각을 다룬 작품은 안토비 비르츠의 <소설읽는 여자>가 있어요. 관련 포스팅은 http://curatever.blog.me/50174004174 참조하세요..  


- Sphynx -


당시 상징주의 화가들 - 특히 구스타프 모로나 폰 슈투크 같은 - 에게 인기가 있던 스핑크스의 팜프파탈적 특징을 롭스도 차용해 왔는데요.. 스핑크스를 안고 있는 나체의 여성... 그 뒤의 배후에는 악마가 있다는 것으로 묘사했네요. 팜므 파탈의 치명성은 결국 악마적 유혹이라는 것. 그 끝은 파멸인줄 알면서도 달콤한 유혹에 넘어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고백하고 있는 듯 합니다.


- Tanzender Tod -


 이제는 노골적으로 여성 = 해골 = 죽음 = 악마라는 표현을 서슴치 않는군요.  


- Initiation Sentimentale -

상당히 복합적인 작품같네요.. 세례 요한의 목을 얻어낸 팜므파탈녀 살로메를 연상시키는 포즈에.. 얼굴부터 등판은 해골이지만 풍만한 유방과 드러낸 엉덩이는 성숙한 여성의 것이고.. 천사의 하얀 날개를 달았지만 그 앞으로는 커다란 나비의 날개와 여성의 하체의 골격인 듯 하기도 하고 악마의 형상인듯 하기도 한 뼈모양이 보이네요.

펠리시앙 롭스의 작품은 에칭 약 600종, 석판화 180점, 그외에도 수많은 유화, 수채화, 펜화, 드로잉을 남겼습니다. 여기에 소개해 드린 작품들은 정말 맛뵈기 수준의 온건한(?) 악마주의라기 보다는 상징주의적 작품들이고요... 보다 퇴폐적이고 사(死)의 찬미적인... 여성을 욕망하면서도 학대하고 혐오하는 이중 심리를 보이는 많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조금 섬뜩하지만.. 세기말에는 이런 작가들도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시는 정도만이어도 좋겠습니다~ 롭스가 사회비판적인 차원에서 숭고한 작업을 했다기 보다는 반페미니즘적인 사고를 가졌던 화가라는 것도 인식이 되었으면 합니다~


롭스는 원래 벨기에 출생인데요.. 대부분 파리에서 살았죠. 당시의 파리는.. 에밀 졸라가 쓴 <나나>에 보면 황금 똥파리가 날아다닌다고 했던가요? 인구 천명당 매춘부가 40명이라고 하던가... 공식적으로 집계된 게 그 정도고 실제는 더했다고 하네요. 아무튼 정확한 숫자가 중요한 건 아니고 당시 세기말의 파리라는 도시.. 비단 파리 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 빈이라던가.. 예술의 도시라고 일컬어지던 도시들은 
죄다 그렇게 데카당스적인 자포자기의 심정?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의 심정으로 쾌락에 빠져 허우적대던 시절이었죠. 
 
그러다보니 매독 (비너스의 병)에 걸려 고통스럽게 사망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병이름을 굳이 비너스라고 지은 것부터가 뭔가 원인이 여성에게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죠.. 당시 시대적 배경은 이랬다는 거에요. 
 
실컷 남자들 좋은대로 즐길것 다 즐기고 나니 뭔가 가산은 탕진한 것 같고 가정은 풍비박산났고.. 육신은 방탕의 댓가로 얻은 병이 깊어져가 있고..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게 다 여자들 때문이야... 여자 짱나!! 여자 미워!! 이런 심리로 연결된 거죠.. 
 
롭스의 작품들은 인터넷 어느 사이트에 얌전히 모셔져 있는게 아니라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관계로 찾아 모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대충을 제가 주제별로 구분하려고 했는데 그것도 쉽지 않네요.. 
 
제가 올리는 작품들은 다 세계 어느 박물관이나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입니다. 예술로 인정받고 있지만 많이 알려져 있지 않고 음화와 구분하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노골적인 춘화조차 예술의 일부로 인정하는 추세이니 이 정도는 그리 심각하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일단 첫번째는 남성이 dominant하게 여성을 학대하는 분위기이거나 여성이 수동적인 역할을 하는 작품들입니다. 

상당히 반기독교적이고 악마주의적인 작품들도 많구요. 악마주의/데카당스의 특징은 이렇게 기존의 보수적인 종교나 도덕관념을 혼란스럽게 하고 해체시키는데에 목적을 둡니다. 인간의 진정한 자유는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거죠.


동판화 제작으로 추정되는... 제목도 무려 '69' 랍니다. 
19세기에도 이런 체위의 공식명칭이 있었다는 것이 놀랍네요~













에드바르 뭉크의 <사춘기>를 딱 연상시키는 소녀죠? 다만 차이가 있다면 생긴 것은 비슷한데 뭉크의 사춘기에 비해 좀더 성숙한 소녀구요.. - 뭉크 작품에는 거의 평가슴에 얼굴을 봐서 여자애구나 생각들 정도 - 뒤에 남자가 서 있네요. 
뭉크 작품에는 침대위에 소녀가 걸터앉아 있고 뒤쪽으로 정체를 알수 없는 불길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죠. 뭉크는 공식적으로 자신의 작품은 롭스 것을 모방한 것이 아니다 라고 발표했지만 아무리봐도 영감을 얻어 작업한게 분명해 보이는데요..?  



 중세시절부터 마녀사냥이 횡행할 때, 마녀의 빗자루는 여성의 성욕을 위한 도구로 인식되었습니다.
흥분과 환각을 일으키는 약초즙을 바르고 빗자루를 타는 시늉을 하면 
마치 날아다니는 것과 같은 엑시터시를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롭스의 실물 사진인데요. 
사람은 역시 생긴 것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네요. 

뒤돌아 보는 여성의 가면 속의 실체는 해골 = 죽음 입니다.

부분 확대한 것을 보시면 더욱 분명해지죠.

이런 형태도 스핑크스로 봐야 하나요? 
통상 앞다리는 손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앞다리가 직립하는 사람다리처럼 되어 있어서.. 
새로운 괴물이 탄생했어요..



자화상을 그렸는데.. 자신에게 내재한 악마적인 특성을 살려 묘사한 것 같네요.




















이 작품은 <성 테레사 수녀의 엑스터시>를 롭스식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이네요.  그간 성녀의 엑스터시는 영적인 황홀경과 육체적인 쾌감 사이의 애매한 위치로 여겨져 왔는데 롭스는 철저히 육체적 쾌락으로 봤습니다. 당시 종교도 세속적으로 많이 타락했다는 배경이 있겠죠.
성녀의 엑스터시 관련 포스팅은 http://curatever.blog.me/50169964658 참조하세요.. (현재 비공개 전환) 여기 나온 조각상의 표정이 당시에 문제가 되었는데요.
주교가 베르니니에게 "성 테레사의 표정이 이게 뭔가. 오르가즘을 느끼는 여성의 표정아닌가!"라고 비난하자 베르니니가 즉각 "순결을 서약하고 여자를 모르시는 주교님이 어떻게 여성의 절정을 느끼는 표정을 아시죠?" 이렇게 반문해서 그만 주교는 할말을 잃고.. 당당하게(?) 야릇한 조각상이 성당에 안착하게 됐다고 합니다.






어떠세요. 소개드린 작품들이 그렇게 쉽게 소화되는 작품들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약 120년 전 유럽에서의 세기말적 상황을 반영한 여성혐오자의 작품은 이런 식구나.. 정도 생각하고 넘어가셨으면 합니다. 인터넷에서는 이것보다 훨씬 노골적인 포르노 이미지와 영상이 범람하고 있지만 예술 작품 내에서의 악마주의나 에로티시즘은 범람하는 C급 이미지들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여러분들이 느끼신 롭스의 작품은 어떠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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