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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9일 월요일

프리마돈나의 회고록 『폴린』 Deep Dive

 


오늘 밤엔 어제 소개했던 프리마돈나의 성편력 회고록 "폴린"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서 분석하기 보다는 느껴보려 합니다. 어제 내용이 빌헬미네의 사회적 위치와 『폴린』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거시적으로 다뤘다면 오늘 적는 얘기는 그녀의 실제 성편력과 내면에 대해 좀 더 미시적으로 살펴봅니다. 

빌헬미네가 살았던 당대의 성지식 수준의 한계로 인해 안타까운 부분들을 넘어 그녀의 회고록을 읽으며 저는 아주 높은 수준의 공감, 혹은 싱크로를 경험했어요. 거의 200년 전 과거의 그녀가 글을 적다가 쉬는 동안 옆에 앉아 그녀와 찻잔을 마주하고 육체의 철학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면 얼마나 즐거울까 하는 상상도 했고요.

어떤 부분이 그렇게 죽이 맞을까 한번 살펴보기로 하죠.

그녀의 글에서는 자지나 보지와 같은 직설적인 단어는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충분히 등장할 만한 부분에서도 등장하지 않는 걸로 봐서 편집자의 검열도 충분히 의심해 볼 수 있지만 그런 단어들 없이도 이 책은 충분히 음란하면서도 깊이가 있어요.

몸에 대한 호기심의 시작

흔히 사춘기라 말하는 열세 살까지 내 여성적 기질은 드러나지 않았다. (중략) 몸 중에 털이 돋기 시작하면서 나의 호기심은 조금씩 더해 갔다. 어머니는 화장실에서조차 벌거벗은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엄하게 훈육했다. 그럴수록 여자와 남자의 차이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부풀어갔다. (중략) 다른 방들의 문이 모두 닫혀 있고 나만이 홀로 깨어 있을 때, 벽에 걸린 거울을 내려놓고 몸 구석구석을 파헤치듯 샅샅이 들여다보는 것을 즐겼다. 손가락으로 닫힌 부분을 조심스레 벌려보기도 했다. (pp.19~20)

열 세살, 2차 성징과 함께 몸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이 일었고, 부모님의 뜨거운 섹스를 목격하고, 우연히 마르그리트라는 가정교사의 딜도 자위를 훔쳐보면서 누가 알려주지 않던 자신의 몸과 남녀 간의 사랑의 행위에 대해 알아갑니다. 빌헬미네에게 각인이 된 첫번째 성적 자극은 지극히 정상적인 남녀간의 섹스였네요. 부모님의 섹스 장면이 어린 그녀에게 충격이 될 가능성도 있었지만 그녀는 그 장면을 "나중에 내가 보게 될 그 어떤 장면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 건강미와 흥분이 넘치는 부부였다"고 기술합니다. 

빌헬미네는 그 당시에도 일기장에 이 모든 것을 적어두었다고 하네요. 과연 열 세살 소녀가 아무리 조숙해도 이 책에 쓰여 있는 대로 부모님이 전희 때 나눴던 대화를 모두 기록하고, 어머니가 자신의 욕망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아버지 몰래 거울을 통해 은밀하게 이중으로 즐기는 것을 간파하는 것이 가능한지는 갸우뚱해집니다. 회고록을 적을 때 일기장의 내용을 토대로 당시 장면을 회상하며 꽤 많은 윤색과 해석, 부분 창작이 있었지 않았나 싶네요. 당사자는 확고한 사실로 생각할지라도요.

뜨거운 여자는 만들어지는가 태어나는가... 역시 선천적인 부분이 크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빌헬미네는 누가 성교육을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몸에 대해 탐구욕을 갖고 구석구석 탐색했고 매우 적극적이지만 용의주도하게 경험있는 인생 선배들의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해 갑니다. 

빌헬미네는 자신이 스스로 양성애자라 부른 적은 없지만, 명백한 바이섹슈얼입니다. 가정교사인 마르그리트와는 서로의 몸을 탐하는 사이가 됐고, 경험 많은 그녀로부터 성적 자극을 느끼는 방법 뿐만 아니라 처녀가 남자를 만날 때 조심해야 할 사항까지 사사했습니다. 실제로 앞으로 펼쳐질 성편력에서 마르그리트의 조언은 확고한 나침반이 되었습니다.

열다섯 살때.. "여전히 풋내나는 몸이었지만 완전한 쾌감을 맛보았고, 집에서 흥분해 지날 때처럼 건강이 상하지도 않았으며 (p.62)" 이 때 이미 사촌오빠와 서로 몸을 만지며 쾌락을 만끽했다고 합니다. 성기를 삽입하는 완전체 첫 섹스는 꽤나 훗날 경험하게 되고요. 당시엔 피임법이 완전치 않았기에 질내 삽입이나 질내사정은 여자에게 굉장한 리스크가 있었죠. 흥분한 남성을 용의주도하게 컨트롤하며 삽입을 통제하며 즐기는 게 최선이었을테지요.

육체의 철학

그녀가 육체의 철학이라는 제목으로 적은 챕터의 내용 중 부분부분을 옮겨봅니다.

나는 쾌락에 빠져드는 것이 두렵지는 않았다. 건강이나 활력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의 여자들은 몸은 고사하고 시선만으로도 이런 것(육체적 쾌락의 추구를 의미한다고 추정)을 공개적으로 경험할 수가 없었다. 금세 구설수에 오르고 평판이 바닥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자는 항상 무심한 척해야 했다. 노골적으로 행동하고 싶을 때도 은밀해야만 했다. 그저 안전한 관계에서만 육체적으로도 무심하지 않다고 털어놓을 수 있을 뿐이니 불행한 시대라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라의 도덕률에 따른 제약과 억압은 오히려 은밀하게 쾌락을 추구하도록 부추기기도 했다. 미래에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이 사회는 여자가 대놓고 쾌감에 대해 털어놓기는 힘든 사회다. 여자는 쾌감에 취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자신이 얼마나 쾌감을 만끽하고 있는지 그 속내를 낱낱이 드러내지는 못한다.

나는 큰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내 몸 구석구석에 감탄하면서 쾌감에 젖었다. 나는 둥근 젖가슴을 쓰다듬었다. 새틴처럼 고운 살결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그럴 때마다 미묘한 신체적 감각이 부쩍 솟아올랐다. 순수한 쾌감으로 몸이 떨렸다. 부드럽고 향긋한 체취에 빠져들었다. 나중에 내가 품에 안거나 안겼던 남자들 모두 흔치 않은 내 체취를 미친 듯 좋아했다. 남자들은 어쩔 줄 모르며 흥분했다. 어느 여자나 풍기는 향기가 있지 않을까? 그런데 자기만의 남다른 체취를 풍기는 여자는 매우 드물며, 타고난다는 사실을 나는 나중에야 알았다.

그녀는 회고록에서 젊은 시절 자신의 몸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특히 향기로운 체취를 얘기합니다. 제가 얘기하던 보부심과 일맥상통 하겠죠.

뜨거운 육체를 홀로 희롱하며 빠져든 육체의 쾌락에 솔직하지만 그 솔직함을 결코 다른 사람에게 날 것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음을 간파하고 있습니다. 

미스터 방에게 처음부터 제 욕망을 바닥까지 드러내 보였던 것이 좋지 않은 결과로 돌아온 것이 떠오르는 지점이었네요.


내가 지금까지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연인과의 격정에 취하면서도 절대로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들거나 가야 할 길을 외면한 채 샛길로 빠지지 않아서였다 (p.87)

그녀는 대중의 스타였던만큼 보는 눈도 많고, 안아보려는 남자도 많았습니다. 회고록에 여러번 등장하고 또 다른 여성들에게 주의를 주는 메세지는 위와 같은 중용의 태도입니다. 

이 책에선 중반부를 지날 때면 사드 후작의 책을 읽은 그녀가 피학적 고통을 경험하고 싶어 혼자 버드나무 회초리로 자기 엉덩이를 때리는 장면도 나옵니다. 혼자서 시도했을 때는 전혀 욕정을 느끼지 못했지만 나중에 파트너와 시도한 후에야 고통이 쾌감으로 바뀌는 경험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녀가 2백년 전에 경험한 것과 지금의 내가 경험한 것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습니다. 그녀는 헝가리에서 생활할 때 '품위와 도덕을 모두 팽개치고 오직 쾌락을 즐기려고만 하는' 디오니소스 파티에 참석했던 경험을 적고 있습니다. 가면을 쓰고 술을 마시고 음악과 춤을 즐기다 난교를 벌이는 파티인데 그녀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르뽀를 적는 듯한 스탠스이지만 뜨거운 그녀가 난교에 참석하지 않고 구경만 하진 않았겠죠.

또한 굉장히 깊이 사귀었던 애인은 '종종 나더러 자기가 보는 앞에서 다른 남자와 사랑해 볼 것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결국 그의 요구에 응했는데 그 과정이 감탄스럽습니다. 먼 곳으로 여행을 가 숲 속 오두막에 머물면서 애인이 섭외한 산적 무리에게 그녀를 넘겨줍니다. 그녀는 여러날 온전히 산적들의 섹스 파트너가 되어 지내고 돌아오는데요.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없어요. 

역시 이 부분이 저를 가장 젖게 만든 부분이었지만 이례적으로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간게 못내 아쉽네요. 이 또한 편집자의 개입이 있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어요. 



그녀의 글은 법의 위엄과 도덕의 감시라는 이중의 족쇄에 매여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소심함을 뛰어넘는 인간해방의 메시지라는 의미가 있어요. 서구 기독교 사회가 주입한 원죄의식에서 벗어나 여성의 욕망을 긍정하고, 남녀/녀녀 간의 애정행위가 아름답고 숭고한 것임을 누누이 역설합니다.

지난 댓글에 나중에 저의 회고록을 볼 수 있을까 물어보셨죠. 회고록이 종이 낭비 이상의 가치를 가지려면 그 안의 내용에 일관되게 전하는 메시지가 있어야 합니다. 빌헬미네의 글은 위에 적은 메시지가 있죠. 제 글은 아직 영글지 않은 미완의 욕망탐구이기에 꿰지 않은 구슬들이라 하겠습니다. 제 자신을 관조적으로 바라볼 여유가 생길 때 구슬을 꿰어 보배로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참고로 빌헬미네의 성편력의 대부분은 28세 미만에 경험한거라네요. 이후 그녀는 3번 결혼했다고 하고요. 요즘에 태어났다면 절대 유부월드에 입성하지 않았겠죠.


댓글 7개:

  1. 이번 포스팅으로 폴린의 내면적 생각,성편력 경험의 대강을 알수있네요.
    혜연님이 회고록 읽으며 공감할 부분이 많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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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래 이걸로 포장하고 싶은가?ㅋ
    가끔 책벌레라는것도 거짓말인가 싶어
    복붙하면서 말야
    꿰지 못한구슬? 귀엽네
    꿰.도.돼! 5월이시작되고 일반미가 싹을 틔웠으니 그리고 책 잘찾아봐 유럽에서 안찾아도돼 ㅋ
    니 복붙을 스캔하며 웃긴게 베르사유궁전을 거닐며 나 공주같아?라는거 같더라
    니 독자들이 원하는건 이런 포스팅 아니야
    바퀴벌레들은 어둡고 습한걸 좋아한다는걸 아직 몰라??이걸보며 모를거 같아서 말야

    재회한 띠동갑벌 헬스트레이너하고 운동은 잘하니? 어리다고 나이로 설레발치더니 ㅋ
    솔직하게 살아라~
    저여자 사진까지 걸며 저여자 이야기 복붙하면서 말야ㅋ
    꼭꼭숨어라 꼬리보인다~
    왜 경기도 산장에 다시 가고싶은데 연결이 안돼니?ㅋ 몇박몇일동안 산적들에게당하고싶어?꼼짝 못하게 묶인체 말야ㅋ
    니가 그렇게 되는거 보고싶고 그런거 찍어서 니얼굴 또렷하게 sns에 올려주고싶다.그리고 한달에 한번 너 개줄 묶어서 눈가리고 특정장소에 묶어두고 좌표획득한 사람들이 와서 맘대로하게 하고싶네

    웬만한 남자들은 얼굴 다 아는 상개걸레로 만들고싶네 ㅋ 그러면 솔직하게 살겠냐?
    숨을데도 없으니
    개목줄채워 전라로 데리고 다녀도 될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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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피학적 고통을 거쳐 쾌락의 세계로~~
    쾌락 추구를 위한 난교 섹스 파티~~
    펩섭 암캐와 공통점이 많지만...

    폴린의 성편력과 그 경지에 이르려면
    아직도 미답 코스가 많이 있을텐데
    쫄보 혜연이 이에 도전할 용기가 있을
    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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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지금은 미완의 꿰지 않은 욕탐 구슬이지만 앞으로 더욱 경험가 쌓이고 완숙해지면 섬세한 심리적 표사, 문장구사력 등
    글 솜씨로 볼때 성애 문학의 대가로
    등단이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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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남의 글 말고 본인글이 더 기대 되네요 ㅎㅎ
    흔치 않은 스위치 성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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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다시 돌아 왔네요~~
    이 글이 나혜연의 고유한 글체죠
    빌 헬미네의 글이
    작은 위로는 되니 다행이네요 ~~

    WANTED...
    철없는 보지를 꽉 채워줄
    맞춤 멜돔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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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오늘 사진들이 아주 마음에 든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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