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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6일 금요일

프리마돈나의 성편력 회고록 "폴린"

 


흥미로운 책을 읽고 있다. 아주 우연히 검색을 하다가 만나게 된 책인데, 19세기 유럽 낭만주의 시대를 풍미했던 오페라 배우이자 가수 빌헬미네 슈뢰더 데브리엔트가 자신의 성적 편력을 담은 회고록으로 그녀가 세상을 떠나고 2년 후인 1862년 독일에서 처음 출판되었다. 성애문학(Erotische Literatur)의 걸작이라는 호평과 함께 널리 읽혔고, 프랑스와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의 언어판이 뒤따라 출판되었다고 한다.

빌헬미네 슈뢰더 데브리엔트는 낭만주의 음악의 전성기에 거장들의 사랑을 받는 최고의 프리마돈나였다. 그녀는 베버와 베를리오즈, 바그너 등 낭만주의 음악을 주도한 거장들이 만든 오페라로 빈, 파리, 런던, 베를린, 드레스덴, 피렌체 등 유럽 전역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서 젠타 역으로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으며, 드레스덴 왕립극장 공연에서는 바그너가 직접 지휘봉을 잡기도 했다. 그녀와 이 책의 저자를 동일시하는데 당혹스러움이 따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만큼 자신의 성적 편력을 분방하고 대담하며 솔직하게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알라딘 책 소개 中)

21세기 대한민국 배경으로 생각하면 고상하고 정순한 이미지로 대중 혹은 고급(?) 예술계의 아이돌급 인기를 끌었던 여성.. - 이영애나 조수미, 아이유 정도랄까 - 이 자신의 내밀한 성적 편력을 회고록의 형식으로 써내려 간 것이다. 

책에 대한 추천사 하나를 보자.

19세기 오페라 가수 빌헬미네 슈뢰더 데브리엔트의 이 대담한 책은 독자의 호기심과 관음증을 소비시키는 에로틱 콘텐츠로만 볼 수 없다. 사람의 정신적 성숙이 공부나 직업뿐 아니라 섹스를 알고 경험하며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실증하는 수기이다. 성은 은밀하게 숨겨야 하는 더러운 행위가 아니라 생활의 일부이자 즐거움이어야 하며, 여성은 그 일에 수동적일 이유가 없다는 걸 이 책은 스스럼없이 보여 준다.

21세기 프랑스에서 《카트린 M의 성생활》이 나오기 100년 전에 이미 유럽에서는 이토록 솔직한 성에 대한 자기표현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우리는 언제나 이런 책을 만날 수 있을까? 국회의원이 원피스를 입고 등원한 것이 논란과 조롱거리가 되어버리는,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자리매김하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프리마돈나의 고백》은 정신 번쩍 들게 하는 한 대의 죽비 같다.


그녀가 어느 정도되는 인물인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1804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났다. 배우였던 어머니와 바리톤 가수였던 아버지의 재능을 이어받아 당대를 대표하는 오페라 배우이자 가수로 성장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로 데뷔했으며, 베토벤의 단 하나뿐인 오페라 《피델리오》를 통해 명성을 날렸다. 1830년에는 파리에서 베버의 《오베롱》과 《유리안테》,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 등의 공연을 통해 인기몰이했고, 1833년 런던 코벤트가든의 《피델리오》 공연에서 절정의 인기를 과시했다. 글뤼크의 《오르페우스》에서 에우리디체,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에서 파미노, 베버의 《마탄의 사수》에서 아가타,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로시네, 《오델로》에서 데스데모네, 도니체티의 《앤 볼린》에서 안나, 바그너의 《탄호이저》에서 베누스 등 많은 주역을 거머쥐었으며, 특히 《피델리오》의 레오노라와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서 젠타 역으로 절정의 기량을 보였다.

낭만주의 음악의 거장 베를리오즈는 자신의 회상록 『음악 여행자의 책』에서 빌헬미네의 공연을 열광적으로 쫓아다녔음을 고백했으며, 거장 바그너는 빌헬미네의 재능에 감탄해 그녀의 배역을 염두에 두고 오페라를 만들었을 정도였다.

1848년 유럽 대륙에서 일어난 ‘민중의 봄’으로 알려진 시민혁명의 마지막 단계였던 ‘드레스덴 5월의 봉기’에 참여했다가 투옥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1858년 에스토니아를 떠나 미국으로 가려고 했으나,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어 1860년 독일 코부르크에서 사망했다.

이 책은 그녀가 세상을 떠나고 2년 후에 출판되었다. 빌헬미네가 직접 글을 남겼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그녀의 문건으로 보관했던 편지와 일기 등을 토대로 펴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독일에서 성애문학의 걸작이라는 호평과 함께 큰 반향을 일으켰고 유럽 각국의 언어판이 뒤따라 출판되었다. 프랑스의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는 “장 자크 루소의 고백록이나 카사노바의 회상록에 버금갈 여성 자서전”이라는 극찬을 남겼다. (알라딘, 저자 소개 中)

“나는 내 모든 사랑의 주체이자 지배자였다”

빌헬미네는 그저 선정적 주제로 글을 쓰려 했던 것이 아니다. 그녀의 고백은 교양으로 포장된 당시 사회의 위선에 대한 폭로의 성격을 띠기도 한다. 인간의 내면은 복잡하고 종잡을 수 없이 변덕스럽고 깊고 어두운 심연이며, 그 실상을 폭로하는 사람들로 인해 우리는 인간성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직한 사람들의 고백을 애써 외면하는 사회야말로 그럴듯한 도덕으로 포장된 위선의 사회이다. 겉으로는 건실해 보이지만 사실은 자기 바깥에 있는 기준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좀비 같은 인간군으로 넘치는 사회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법의 위엄과 도덕의 감시라는 이중의 공포에 찌들어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소심함을 훌쩍 뛰어넘는 인간해방의 메시지였다. 오랜 세월 성에 관한 문제에서 여성은 ‘대상’이었지 ‘주체’가 아니었다. 성의 관념과 언어를 주도했던 생리학자와 의사, 문인 대부분이 남성이던 사회에서 그녀는 여성으로서 그 문제를 진솔하게 기록했던 것이다. 그녀는 전문가들과 일부 계층만 독점하기 마련인 성에 대한 풍속과 지식을 폭로했다는 점에서 인간성과 특히 여성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 회상록이 서한문과 일기 등 여성이 지은 수줍고 얌전한 논픽션들에 비해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빌헬미네는 당대의 스타로서 사치스러운 쾌락만을 추구하거나 사랑의 행위를 어설프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동성애의 해방을 위해 싸운 선구자였던 울리히 교수의 책을 읽는 등 당대의 문제작들을 탐독하며 진지한 탐구욕으로 파고들었다. 그녀는 무지하고 완고한 편견과 위선으로 가득한 사회에서 애정 행위를 둘러싼 사실을 직시하려 했던 것이다. 또 서구의 기독교 사회에서 주입한 원죄의식에서 벗어나 인간의 애정 행위가 아름답고 숭고한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빌헬미네의 일대기 자체도 흥미롭지만, 그녀가 생활했던 여러 나라의 풍속에 얽힌 일화도 지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우리에게 생소할 수밖에 없는 19세기 유럽 사교계의 적나라한 속살을 들여다보고 등장인물들을 둘러싼 심리를 관찰하는 묘미가 독서를 자극한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中)


초상화로 남아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총명한 눈빛과 굳은 의지가 담긴 앙다문 입술이 눈에 들어온다. 거기에 천부적인 예술적 재능까지 더해져, 재색을 겸비했다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다. 

어린 시절부터 성에 관심이 많았지만 빅토리아 시대의 분위기는 여성의 성욕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녀가 성에 눈을 떠가고 호기심을 해결하고 자신의 성적 편력을 쌓아가는 일대기가 이 책에는 상세하게 기술돼 있다. 

한순간 추문으로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뜨거운 성적 욕망과 이성적인 적절한 절제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해 갔는지도 보여준다. 

거의 2백년 전의 유럽을 살아갔던 빌헬미네라는 여성의 놀라운 자기고백은 오늘을 살아가는 내 마음에 많은 공감과 영감을 준다. 시대의 간극에 따른 성지식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그녀의 주도면밀한 탐색과 대담한 섹스 스토리는 그녀가 어떻게 예술적 성취, 사회적 명망과 욕망의 충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성공적으로 얻을 수 있었는지 잘 보여준다. 

거시적 관점에서 이 책은 당시 유럽 사회의 위선과 남성 중심적 분위기를 의도치 않게(?) 고발하는 역사적인 가치도 있겠지만, 미시적인 여성 개인사의 관점에서는 뜨거운 육체와 음란한 영혼을 억압적인 환경 안에 가둬 두지 않고 주체적으로 해방시킨 놀라운 발걸음의 기록이다. 

시대를 고려한다면 정말로 놀라운, 선구적인 욕망 탐구 오딧세이의 전형이 아닐까?


댓글 6개:

  1. 글체가 바뀐거는 미스터 방의 지시 인가요~~?????
    넘 딱딱한거 알죠~~
    딱딱한 거는 자지일때가 젤 좋죠~~
    다시 예전의 글체로 돌아가길요~~~
    매력만점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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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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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장문의 포스팅 수고에 감사 ~~~
    세상사 모든 일이 수 많은 실전적 경험을 통한 커리어가 축적되어야 최고수의 경지에 오를 수 있지요
    물론 섹스도 만찬가지..

    혜연님도 더 다양한 섹스 라이프를
    엔조이 하시고 그 경험을 성편력
    회고록으로 남기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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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그렇지. 이게 나혜연의 글이지
    그동안 너무 굴복당하고 찌들었다지
    이제야 옛모습이 보이네
    반가운 고향친구 보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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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사람을 집중시키는 문장력, 생소한 주제를 이해하기 편하게 풀어낸 전달력, 아이유에 대한 팬심력. 맛있게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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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세윌이 흐른 뒤에 한국판 폴린 버전
    나혜연의 성편력 회고록을 읽어볼
    수 있을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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